감초는 독소 없애는 약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이 있다. 한방 첩약에는 어느 처방에나 감초가 흔히 들어 있듯이 아무 데나 빠지지 않고 끼여 다니는 사람을 형용하는 말이다. 좋게 말하면 아무 경우에나 없어서는 안될 요긴한 존재라는 뜻도 되지만 아무 데나 주책없이 나타나는 가벼운 존재로도 비춰진다.
감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것일까. 동의보감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감초는 모든 약의 독성을 해소시켜 주며, 72종의 석약과 1천2백 종의 초약 등을 서로 조화시켜서 약효가 잘 나타나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별명을 '국로'라고 한다.
국로라고 하면 나라의 원로라는 뜻이니 이를테면 감초는 약 중의 원로급이 된다는 것이다.
오장육부의 한열과 사기를 주로 다스리며 이목구비와 소대변의 생리를 정상화하고 모든 혈액의 소통을 잘 시키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하고 전신 영양상태를 좋게 해 준다.
이와 같은 기재를 보면 감초가 결코 약방의 감초 격으로 쓴 약을 달게 하여 먹기 좋게 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감초가 약재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감초의 생산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인데 예나 지금이나 감초의 국산화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세종대왕께서도 감초의 국내 생산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하였지만, <동의보감>에 나타난 국내 생산 실정은 자중원리식어제도각읍 이 부위 번식 유항경북도소산최호(중국에서 들여다 각처에 재배하여 보았으나 성공적으로 번식이 되지 못하고 오직 함경북도 것만이 가장 품질이 좋다.) 고 기재되어 있다.
부신피질 호르몬 유지시키는 감초의 신비
약방의 감초라는 어휘에서 풍기듯이 감초는 딴 약에 곁들여 사용되는 보조제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나, 미국 학자에 의하여 감초의 주성분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유사한 작용이 있음이 알려지자 감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원래 인체란 하나의 조화된 우주 같은 존재여서 아무리 외부 세계의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언제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조절이 되며 그림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올바르게 되지 못하여 항상성이 깨어지면 그것이 바로 불건강이요, 병이 되는 것이다.
레 미제라블 을 쓴 빅토르 위고는 인생은 끊임없는 싸움이요, 그 싸움에 이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람이 생명과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도 결국은 시시각각으로 외부 환경과 싸워서 이기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싸움에 항전력을 주는 것이 바로 부신이며 거기서 생성되는 것이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호르몬인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약으로 공급해 주면 무서운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감초를 주면 이상하게도 체내에 부신피질 호르몬의 밸런스가 유지되어 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 아무리 감초의 성분을 분석하여도 부신피질 호르몬은 함유되어 있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와 같은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일까. 결국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치르리친이라는 배당체 화합물이 체내에서 생리적으로 생산한 부신피질 호르몬의 파괴를 보호하고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작용이 있음이 알려졌다.
현대의학이나 약학이 분석에 의한 사실 파악에는 그만인데, 당뇨병이 되는 것은 인슐린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까지는 좋으나 왜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나빠졌는가는 따지지 않고 모자라는 인슐린을 무턱대고 외부에서 공급만 해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결코 원숙한 사고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듯이 부신피질 호르몬이 모자란다고 하여 외부에서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항전이란 무기의 외부 원조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임전무퇴의 항전 태세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무기가 오히려 적을 이롭게 해줄 수도 있듯이, 인체 스스로가 병을 이겨낼 태세를 정비 강화하는 데 있어서 감초가 주동적 일을 하는 것이라면 감초를 아무 약에나 같이 배합하여 사용하는 지혜가 참말로 심오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초로 위궤양 안 나으면 암 우려
감초에는 주성분인 글리치르리진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당류, 능금산, 후라보노이드(리퀴리틴, 리퀴리티게닌, 이소리퀴리티게닌, 네오리퀴리틴, 네오이소리퀴틴, 리쿠라지드) 아스파라긴 등의 존재가 증명되고 있다.
워낙 감초가 유명한 생약인 탓인지 딴 생약에 비하여 현대 과학적 약리작용의 연구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그 중요한 것 몇 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1) 근육이나 조직의 급격한 긴장에 의하여 생기는 통증을 풀어 주는 작용이 있다.
2) 체중의 증가, 혈압의 상승, 혈청 칼륨의 감소와 나트륨의 증가가 일어난다.
3) 항히스타민, 항아세칠콜린 작용이 있다.
4) 코티손 또는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인 ACTH의 작용과 비슷하나 독성이 약하다.
5) 위궤양의 발생을 방지한다.
6) 글리치르리진은 백혈구를 증가시킨다.
7) 간장 기능을 회복시켜 주며, 약물 중독, 간염, 두드러기, 피부염, 습진등에 유효하다.
8) 이뇨작용 및 항염증 작용이 있다.
9) 리퀴리틴, 리퀴리티게닌, 이소퀴리티게닌등의 성분은 소화성 궤양의 발생을 억제한다.
이중에서도 특히 소화성궤양에 대한 치료 효과는 독일, 일본 등 의학자에 의하여 많이 연구되었으며 일례를 들면, 감초 20~25g을 1일량으로 하여 하루 세 번 달여 마시기를 6주간 계속하는 치료법을 실시하면서 식이요법으로써 소금의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은 음식물을 섭취케 하였더니 38명의 위궤양 환자 중 32명이 치유된 것이 X선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3명은 자각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으며 결국 아무 효과도 나타내지 못한 케이스가 3명인데 후에 개복 수술을 하여 보았더니 모두 암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감초를 사용하여 위궤양이 낫지 않으면 암을 의심해도 좋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요새 소화성궤양 치료제로 나오는 신약의 처방을 보면 감초말 또는 글리치르리진이 성분으로 들어 있는 것이 많은 것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약뿐만 아니라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너무 오래 계속 복용하면 부종이 생기고 일시적으로 혈압도 높아지므로 원래 고혈압인 분에게는 장기 복용을 권할 수 없다.
"구토중만기주지인 불가구복다복" 동의보감 의 이 대목을 보더라도 술꾼으로 헛배가 부르고 구역질이 나기 쉬운 사람은 감초를 오래 계속하거나 많이 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감초가 부신피질의 기능부전증에 해당되는 '에디슨씨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는데 모두 우연한 일이 아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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