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목소리를 만드는 살구씨, 행인
살구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개고기에 체했을 때 약이 되는 과일이며, 살구씨인 행인도 살구와 마찬가지로 온갖 육류를 소화시키는 작용이 뛰어나, 서양에서는 육류 요리에 행인 기름을 꼭 뿌린다.
행인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맛이 약간 쓰며, 청산 성분이 들어 있어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에는 중독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행인으로 쑨 죽은 습관성 변비에 아주 좋은 약이 되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삭히며, 목소리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성악가들은 목소리를 곱게 하기 위해서 검은콩을 삶은 물을 마신다고 하는데, 미성에 검은콩만큼 효과가 좋은 것이 행인죽이니, 목소리에 불만이 있는 여성은 행인죽을 끓여 먹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행인죽은 살짝 데친 살구씨의 껍질을 벗기고 멥쌀을 절반 섞어서 물에 담가 두었다가, 맷돌에 갈아 체로 거른 후 죽을 쑤다가 꿀을 타면 된다.
살구씨는 진해, 가래 삭이는데 특효
의학계를 행림이라고 하는데에는 재미있는 고사가 얽혀 있다. 진나라 때 갈홍이 쓴 <신선전>에 이런 말이 있다.
"동봉이라는 명의가 있어 병자를 구하고는 중한 환자에게는 살구나무 5그루, 경한 환자에게는 한 그루의 살구나무를 자기집 주변에 심게 하는것을 보수로 하였다. 수년 동안에 어느덧 살구나무가 10만 그루가 되어 울창한 행림을 이루게 되었다. 열린 살구를 쌀과 바꾸어 가게 하여 얻은 쌀로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여 이름을 날렸으며, 그 자신도 3백여살까지 장수하였다."
이런 연유로 해서 살구나무와 의학이 인연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살구 자체도 약으로 가치가 있다. 살구의 과육자체는 배탈나기 쉽고 그리 좋은 과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반면, 살구씨는 없어서는 안 될 약으로 되어 있다.
"행해인: 살구씨 깐 것, 기침이 북받쳐 오르고 가래가 끓어 숨 가쁜 것을 다스리고 땀이 나게 하며 또한 구독을 푼다."
살구씨를 진해거담제로 사용하는 것은 현대 의약학적으로도 완전히 과학화되어 살구씨로 만든 행인수가 약전약품으로 되어 있다.
주성분은 아미그달린이라는 배당체 화합물인데 이것이 살구씨에 들어 있는 에물진이라는 효소의 작용을 받으면(살구씨를 물과 같이 짓찧을 때 비로소 이런 반응이 일어남) 가수분해되어 만델니트릴이라고 하는 물질이 생긴다.
냄새를 맡아도 알 수 있지만 맹독성인 시안화수소산도 아울러 생기는데 행인수의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이 미량의 시안화수소산 때문인지 또는 딴 서분 때문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거담 작용이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래 과학이란 사실이 앞서고 "왜?"는 다음에 뒤따른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성분 분석도 좋지만 먼저 약리작용의 유무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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