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에 좋은 흑염소와 잉어
결혼을 하면 누구나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임신과 출산은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간절히 바라는 데도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부실한 산후조리 때문에 평생 후유증을 앓거나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성에게 산후 조리는 출산 뒤의 전체 생활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므로, 출산을 한 뒤에는 될 수 있는 대로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임산부가 완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약을 쓰는 법도가 있는데, 이를 산후 용약법이라 한다. 산후 용약법은 '선축어 후보허'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쉽게 말해 우선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고 응체된 혈액을 없앤 다음, 허약함을 보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아기를 낳고 난 뒤에는 먼저 어혈과 염증을 제거하는 처방을 쓰고, 산후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보약을 쓴다. 산후 보약 처방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당귀와 숙지황 등은 산모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뛰어나고 건재약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차처럼 달여 마시면 된다.
산후 자궁의 회복을 돕는 부녀자의 성약, 흑염소
흑염소, 가물치, 잉어, 무잎, 쑥, 다시마, 연뿌리, 미역 등도 권할만한 음식들이다. 개소주나 흑염소탕은 모두 산후 회복에 아주 좋은 보약들이지만, 비타민 E가 함유된 흑염소탕이 더 낫다.
염소는 독초가 아니라면 무슨 풀이든 잘 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으며, 지금으로부터 3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육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감칠맛이 나면서도 유독 성분이 없는 염소를 식용한 역사는 이보다 더 길어, 거의 5천 년 가량 된다.
중국의 유명한 약물 학자였던 도홍경은 약으로 쓰기에 알맞은 염소는 첫째가 '고양'이요, 둘째가 '오양'이라고 하였다. 고양은 푸른빛이 도는 검은 암염소를 말하며, 오양은 검은 염소를 가리킨다. 이처럼 예부터 약으로 쓰는 염소로는 흑염소를 제일로 꼽았고, 한방에서도 재래종인 흑염소 소주를 제일로 친다.
염소 고기에 들어 있는 풍부한 단백질은 소화흡수율이 매우 높아, 소화기가 채 성숙하지 못한 어린이나 병후 회복기에 체력이 떨어진 환자의 영양식으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칼슘과 철분, 비타민 등의 영양 성분이 고루 들어 있어 어린이의 발육에 더없이 좋다.
그리고 염소 고기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내장을 보하며 기력을 증진시켜 통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므로 산후에 매우 이롭다. 따라서 임산부가 흑염소탕을 먹으면 출산으로 손실된 혈액이 재빨리 회복되어 손발이 따뜻해지고, 저림증이 없어지며, 자궁이 기능을 회복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특히 산후에 식은땀이 나면서 손발이 차고, 소화불량으로 아랫배와 허리에 통증이 있을 때 복용하면 좋다. 이처럼 산모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예부터 염소를 임신부의 보약이나 부녀자의 성약이라고 불러왔다.
약으로 쓰는 염소는 생후 1년이 안된 흑염소가 좋다. 염소 한 마리를 잡아 내장을 깨끗이 씻은 뒤 도로 넣고 털은 제거 한다. 여기에 물을 붓고 푹 고은 뒤 뼈를 바르고 다시 물이 반으로 졸 때까지 고아서 국물을 짠다. 이 곰국에 볶은 백작약, 생강, 볶아서 기름을 뺀 천궁, 감초, 당귀, 숙지황을 넣고 다시 끓인 뒤 국물만 짜서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식전에 커피잔으로 한 잔 가량씩 복용하면 된다.
임신, 산후 그리고 잉어
황하 상류, 정확히 말하자면 산서성 하진 북서와 섬서성 한성 북동에 자리 잡은 성경에는 물살이 아주 거센 용문이라는 여울목이 있다. 복숭아꽃이 필 무렵에는 강물이 불어 물살이 더욱 세차지는데, 이때 이 용문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는 용으로 비상한다고 한다. '등용문'이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일본에는 승천하려는 잉어처럼 아이가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장대에 종이로 만든 잉어를 매달아 바람에 휘날리게 하는 풍습이 있다.
이처럼 세찬 물결을 헤치고 오를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잉어는 대하증을 치료하고 임신 중의 기력을 돋우며, 산후 회복을 돕는 작용이 대단하다.
임신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을 때는 1킬로그램이 넘는 큰 잉어 한 마리를 구해, 내장을 제거한 뒤 씨를 뺀 대추 50개를 뱃속에 넣고 삶아, 그 물을 여섯 번에 나누어 복용하면 좋다.
태아가 너무 많이 움직여서 복부의 통증이 심하고, 밑으로 무지근한 느낌이 들면서 하혈을 할 때는 아교주(아교를 잘게 썰어 활석분에 원구형으로 하얗게 부풀도록 볶은 것) 49그램과 찹쌀 2홉을 함께 섞어, 잉어 뱃속에 넣은 뒤 삶아, 여섯 번에 나누어 복용하면 증세가 많이 가라앉는다.
잉어는 이렇게 임신 중에도 좋지만 산후에도 유익한 물고기다. 아기를 낳고도 젖이 잘 나오지 많을 때는 애만 태우지 말고, 내장을 다듬어 낸 잉어 한 마리를 약간 태워 가루를 내어, 아침, 점심, 저녁으로 4그램씩 술을 탄 물로 복용하면 좋다.
그리고 산후 심신이 쇠약해졌을 때 잉어와 닭을 함께 삶아, 맛있게 양념한 뒤 복용하면 기력이 되살아나면서 산후에 흔히 올 수 있는 풍증과 산후 신경통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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