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가 일으키는 병
비정상적인 기후가 일으키는 질병
자연계에는 여섯 종류의 정상 기후 요인이 있으며, 이를 '육기'라 한다. 그런데 육기가 지나치거나 부족할 때, 또는 제철이 아닌데도 나타날 때는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가 되고, 병원체의 번식을 조장하는 병인도 된다. 이렇게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인을 육음이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풍, 한, 서, 습, 조, 화 등이 있다.
육음은 모두 주의해야 할 환경 요인임에 틀림없지만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 여성의 경우에는 '한'의 폐해가 두드러진다.
한은 음양으로 나누자면 음사(양기를 해치는 나쁜 기운)에 들어간다. 인체의 양기가 모자라면 한사가 인체에 쉽게 침범해서 양기를 더욱 손상시켜 버리고, 이렇게 양기가 손상되면 오한, 발열, 두통, 골절통, 복통, 설사 등이 심해진다. 외부의 한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비위장이 쇠약하거나 지나치게 섹스에 탐닉하여 양기가 떨어지면 인체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복통과 구역감이 생기고, 대변이 묽어지며, 부쩍 추위를 타고, 팔다리가 차가워진다.
월경불순과 소화 장애의 원인이 되는 한기
어떤 이유에서든 여성에게 한증이 들면 아랫배가 차가워지고, 월경불순과 소화장애가 생긴다. 그리고 구토 등으로 괴로움을 당하며, 몸이 여위면서 손발이 차디차게 얼어붙는 증세가 나타난다. 일단 양기가 떨어지면 인체에 해로운 한기가 오랫동안 머무르기 때문에 쉽게 치료되지 않는 고질적인 냉증, 즉 고냉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고냉은 인체의 모든 부위에 생기지 않고, 부위별로 찾아오는데, 뇌나 팔다리, 가슴과 심장 부위 등이 특히 발병 빈도가 높다. 이렇게 냉증이 생기고 나면 발간 침을 자꾸 뱉거나 뼈마디가 욱신욱신 쑤시면서 통증이 심하다. 그리고 남성은 정액이 절로 흐르는 유정을, 여성은 대하를 수반하기도 한다.
고냉증에 걸렸을 때는 우선 기혈을 보하고, 비장과 위장을 따뜻하게 해야 하므로 한방에서는 다음과 같이 십전대보탕이나 부자이중탕을 처방한다.
십전대보탕: 기력이 떨어지고 혈액이 부족하여 체력이 떨어졌을 때 쓰는 처방으로 인삼, 희니 삽주, 복령, 감초, 찐 지황, 당귀, 집함박 꽃뿌리, 궁궁이, 황기, 육계 각 4그램에 생강 3쪽과 대추 2알이 들어간다.
부자이중탕: 설사가 잦고 입맛이 떨어지며, 맥이 약해지는 병증에 쓰는 처방이다. 부자, 인삼, 흰 삽주, 건강, 구삼초 각 4그램이 들어가는데, 만성 위염, 위무력증, 위궤양, 만성 위장염 등에도 쓸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고냉증에도 성질이 뜨겁고 독성이 있는 광물성 약재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양기가 부족한 고냉증 환자의 심장을 더 해쳐 쇠약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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