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술은 절대 금물
"주독위변자병: 술이 독이 변하여 온갖 병을 일으킨다. 병이 오래되어 깊어지면 소갈(요즘 말로 당뇨병), 황달, 치질, (간으로 배가 붓는 것), 실명(백내장이 생겨서 눈이 먼다), 해수, 천식, 간질 등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병들이 생기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이렇게 동의보감 에서는 술 중독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마신 술이 완전히 체내에서 소실이 되려면 물론 마신 술의 양에도 관계가 있지만 최소 24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조반때 해장술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만배불취단', '신선불취단', '해성탕', '해주화독산'이니 하는, 술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처방들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급성 알콜중독이나 술을 깨게 하는 데는 다소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나 술 중독으로 생긴 만성병에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믿지 말것이다.
술을 끊는 '단주방'이라는 것이 있다. 오늘날도 금주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안타뷰즈 시아나미드 계통의 금주약들이 있다. 모두 술이 체내에서 산화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유독한 물질이 혈액 속에 장시간 머물러 있게 하여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술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게 하는 약이다. <동의보감>에는 '로자분(가마우지라는 새의 똥)' 또는 '응분(매똥)'을 태운 재를 술에 타서 먹으면 술을 끊게 되는데 약을 먹일 때 본인에게는 알리지 않고 몰래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을 보면 심리적 암시 효과뿐만 아니라 무슨 뚜렷한 약리작용이 있는 모양이다.
또 술에 주사(실사: 령사라고도 하며 황화수은의 화확성분)를 담가서 병에 넣어 밀봉한 것을 돼지우리에 1주일 동안 놓아 두어 돼지 발길에 차여 굴러다니게 한 술을 꺼내 먹으면 술을 마시지 않게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암시 효과 때문인 것 같다. 여포의(당나귀의 태반)를 태운 재를 술에 타 마셔도 역시 술을 끊을 수 있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주객 자신의 결심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많이 취했을땐 쌀밥이 해롭다
동의보감에 음주 후 대식을 하면 종기가 생기고 해롭다고 하였는데, 어느 경우에나 술을 폭음해서는 안되며 특히 공복일 때 폭음하면 위와 간장이 나빠진다.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식사와 더불어 술을 반주 정도로 즐기든지 그렇지 못하면 적당한 음주 후에 반드시 식사를 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주객들이 간이 나빠지고 위가 상하는 것은 영양실조, 비타민 B 결핍, 저혈당 등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과 곁들여서 먹는 안주나 음식의 종류와 질도 문제가 된다. 김치 깍두기에 소주나 마시면 소위 속을 훑어내린다고 하여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술과 더불어 또는 술 마신 후에 섭취하는 식사로는 1) 지방분이 많은 것은 간에 부담을 주어 해롭다. 2) 전분질, 그중에서도 특히 쌀밥을 많이 먹으면 위염이 생길 뿐만 아니라 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숙취를 일으키고 피부병 같은 것도 생기기 쉽다. 3) 자극성이 강한 향신료나 맵고 짠 것은 위염을 일으키고 간이나 신장에도 부담을 준다. 4) 술은 포도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산성 식품(혈액을 산성으로 만들어 주는 식품)이므로 산성이 강한 흰쌀, 계란, 생선의 빨간 살 등은 피하고 알칼리성 식품인 채소, 과일 등을 먹는 것이 좋다. 5) 간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단백질과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당분(꿀이 그래서 좋다)을 꼭 들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강장제보다도 좋은 약이 되는 것이다.
결국 술과 더불어 먹으면 나쁜 음식으로는 백미, 밀국수, 버터, 달걀 노른자위, 기름기 많은 고기, 파, 양파, 땅콩, 고추, 카레라이스, 생선의 빨간살, 겨자 등을 들 수 있다. 김치 깍두기에 흰밥을 먹으면 소화불량은 물론 전신 건강에도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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