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는 곡식 중 으뜸
원기, 뇌신경을 튼튼하게
아라비안 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지하동굴의 문을 열리게 하는 주문이 Open Sesame(열려라, 참깨)로 되어있다. 깨는 바로 건강의 문을 여는 비결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서는 깨를 단방 보약 뿐만 아니라 '천지간 양인성명자 유곡이(이 세상에서 생명을 기르는 것은 오직 곡식뿐이로다.)' 라는 곡식 부류의 맨 처음으로 깨를 내걸고 있다.
'호마 팔곡지중 최위대승 고명거승(깨는 곡식 중에서 제일 으뜸가는 것이기 때문에 별명을 거승이라고도 한다.)' 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 오래 먹으면 기운이 나고 피부가 좋아지고 뇌신경이 튼튼해지고 오장이 윤택하게 되어 변비가 없어지기 때문에 장생불로 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한방에서 장생불로의 보약을 약에서 찾지 않고 일상 음식 가운데서 구한다는 철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내걸고 있는 '조화된 음식으로 건강을 이룩하자'는 것을 몇천 년 앞장서서 내세운 것이다.
곡식, 육류, 과일, 채소 등은 성질이 순하기 때문에 생명을 기를 수 있고 초목, 충어 따위는 성질이 편파스러워 병을 고치는 데 사용하는 것이어늘 오늘날 사람들은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약으로써 정기를 도우려고 하는 것은 이 무슨 잘못인고. -동의보감
한방에선 참깨 중에서도 검은 것을 약으로 사용한다. 오행설에 따라 약의 빛깔이 약효와 관계가 된다는 것은 현대과학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빨간색은 심장, 흰색은 폐, 누런색은 비장, 청색은 간, 검은색은 신장을 각각 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검은깨는 신을 도와 정력제가 되고, 흰깨는 폐를 돕는다고 되어 있으나 오늘날 영양학적 분석치에서는 별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흰깨를 기재하는 가운데 '백유마여호마일등 단 이색언지(흰깨와 검은깨가 본시 같은 것인데 다만 색을 따라 그렇게 말한다.) 라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동의보감 자체에서도 색을 그리 대수롭게 따지지 않은 듯하다.
깨 경단 먹으면 밥 안 먹어도 장수
깨는 오늘날의 영양학적 견지에서도 만능식품이라고 되어 있다. 분석치를 보면 기름이 45~63%, 단백질이 16~32%나 들어 있고 단백질의 아미노산 중에서도 간장 보호에 필요하다는 메치오닌, 트리프토판 등이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이아신을 비롯한 비타민도 여러 가지, 칼슘, 인, 철 등의 미네랄 성분도 들어 있어서 식물성 영양식품으로는 그만이다. 보통 기름이라고 하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서 고혈압이니 심장병에 나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참기름은 이와 반대로 콜레스테롤 축적을 방지하고 혈관을 깨끗이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하니 십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백밀일승 거승일승 합지명활정신환 우복법호마 구증구포초향저말 밀환란자대주하일환" 즉 깨를 복용하는 방법으로 꿀 한 되와 깨 한 되를 찧어 반죽해 만드는 정신환이 있는데, 깨를 구증구포(약을 만들 때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한다는 뜻이나 아홉 번이라는 숫자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한다.)하여 절구로 찧고 이를 꿀로 환약을 만들어서 술로 삼킨다는 것인데 술은 없이 그냥 먹어도 좋다.
우리에게는 깨죽이 있으니 좀더 일상 음식화하면 좋을 것이다. 깨죽은 동의보감에도 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 선술의 대표적 저술인 포박자 가운데도 '호마일명방경 복이불노선가소식' 이라고 하였으니 '깨 먹고 신선이 된다면 그 아니 쉬운 일인가.'
참기름은 금창지혈(칼로 벤 데 피를 멈추고) 화상, 종양에 좋고, 머리를 검게 하고, 생독발(대머리에 털이 나게 한다)하고, 세사민, 세사미놀 등의 성분이 있어 살충 작용이 있다고도 한다. 불에 데었을 때 무엇보다도 먼저 참기름을 발라야 한다. 우리가 종기에 붙이는 고약은 바로 참기름을 고아서 만든 것이다.
'호마 대두 대초동 구증구포작단식 연연단곡(깨, 콩, 대추 세 가지를 같이 쪄 말려서 찧어 경단을 만들어 먹으면 밥을 아니 먹고도 장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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