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조기 중절의 다양한 원인
태아가 채 성숙하여 분만되기 전에 모체에서 자궁 밖으로 나오는 것을 유산이라 하며, 크게 자연 유산과 인공 유산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연 유산은 태아가 완전히 성숙하여 분만되기 전에 저절로 모체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으로, 전체 임신의 15~20%는 자연 유산된다. 자연 유산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주 다양한데 크게 임신성 원인과 태아성 원인, 그리고 부성 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임신성 원인
임신을 한 모체에 어떤 이상이 있으면 태아가 제대로 발육하여 분만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심하면 유산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일어나는 유산을 통틀어 임신성 유산, 또는 모성 유산이라 한다.
염색체 이상은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자연 유산의 50~60%는 염색체의 수나 구조에 문제가 있을 때 생긴다. 이렇게 염색체 이상으로 유산이 되었다면 두 번째 아이도 마찬가지 이유로 유산될 확률이 무려 80%에 이른다. 따라서 계속 자연 유산이 되는데도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염색체 분석을 해보는 것이 좋다.
생식기 자체에 문제가 있어 유산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자궁경관무력증이 있을 때는 임신 18~32주 사이에 갑자기 유산이 되는데, 이때는 진통이나 출혈이 전혀 없다. 자궁이 기형이거나 발육부전일 경우에도 반복 유산이 될 우려가 있는데, 자궁이 2개 있는 경우에는 유산될 확률이 25%에 이른다.
또 마취제를 비롯한 독성 물질을 오랫동안 취급해 왔다면 유산이 되거나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그러니 화학 약품, 가스에 중독이 된 경험이 있거나 자궁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알칼로이드 등의 약물을 사용했을 경우, 그리고 항암제를 투여한 경우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임신 중독증, 심장병, 만성 신장염, 난소염, 충수염 등을 비롯하여 갑상선 질환과 당뇨병 등은 거듭하여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이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원인을 더 꼽을 수 있는데, 허약한 자궁, 갑작스러운 심한 노기나 정신적 스트레스, 지나친 성관계나 과도한 성행위, 외부에서 받는 심한 충격과 여러 가지 질병 등을 들 수 있다.
태아성 원인과 부성 원인
아기가 모체만으로 잉태되는 것이 아니듯이, 유산도 모성 원인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태아나 정자를 제공하는 남성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는 유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을 유산을 일으키는 태아성 원인과 부성 원인이라고 한다.
유산을 일으키는 태아성 원인으로는 난자의 병적 이상, 복통이나 진통, 태아의 조기 박리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밖에 태아의 부속물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에도 유산될 위험이 있다.
태아의 부속물에 발생할 수 있는 이상으로는, 전치 태반(태아의 일부 또는 전부가 정상 위치보다 아래쪽에 자리 잡은 것), 양수과다증과 양수과소증 등을 들 수 있는데, 탯줄이 꼬였거나 너무 길면 몸에 감기면서 질식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부성 원인으로는 정자 자체의 결함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자연 유산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자연 유산이 반복되면 '여성의 자궁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단정하면서 여성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바람에 가뜩이나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남의 눈치까지 보며 죄인처럼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는 여성들이 적지 않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임신이 중절되었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세
임신이 중절되면 출혈과 아랫배 동통 등의 증세가 따른다. 그런데 태반이 완성되기 전에 일어나는 유산과 태반이 완성된 뒤에 일어나는 유산은 증세가 많이 다르다. 태반이 완성되기 전인 임신 16주 이전에 유산이 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출혈이 계속되고 아랫배에 간간이 경련성 둔통이 생긴다. 출혈은 자궁 내용물이 완전히 배출될 때까지 멎지 않는다.
그러나 임신 16주가 지나 태반이 완성되고 난 뒤에는 진통이 느껴진 얼마 뒤에야 내용물이 배출되고 출혈은 그 다음에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임신만 하면 대개 거의 같은 시기 즉, 임신 3, 5, 7,개월 즈음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습관적으로 3회 이상 임신이 중절되는 것을 활태라고 한다. 말하자면 습관성 유산을 활태라고 하는 것인데, 한두 번 유산을 한 임산부는 다시 유산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세 번 이상 습관성 유산을 한 임산부는 다시 유산할 확률이 80~90%나 된다.
활태가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영양실조, 음주, 흡연, 호르몬 이상, 태아의 발육 이상, 병적 난자, 자궁의 기형 및 발육부전, 자궁경관 확대, 자궁경관의 열상, 매독성 질환, 체내 호르몬 이상과 비타민 결핍증 등을 들 수 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월경이 없다가 일정한 시기가 지나고 난 뒤 자궁 출혈이 그치지 않고 동통이 따르면서 경관이 열렸다면 일단 우산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므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유산이 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심한 운동이나 과로를 피하고 감정의 변화를 억제하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2) 임신을 했을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복부에 외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한다. <심청전>의 곽 씨 부인이 심청을 임신했을 때 모난 곳에 앉거나, 기운 곳에 서거나,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면서 주의한 것은 유산을 예방하고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한 중요한 태교였음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3) 정기적인 임신 진단을 받아 조기에 임신 질병이나 자궁의 이상, 그리고 임신중독증을 치료한다.
4) 칼슘, 비타민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물을 섭취한다. 그리고 섬유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소변에 문제가 없어야 복압이 높아지지 않고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져 유산을 방지할 수 있다.
5) 지나치게 격렬한 성관계는 유산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삼간다.
6) 자궁 경관 열상은 유산된 지 며칠 안에 교정 수술을 한다.
7) 습관성 유산이 있는 부인은 유산이 되는 시기에 절대 안정을 하고, 임신 전에는 매독 검사를 받아 양성으로 나타나면 완전히 치료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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