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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슬기로운 의사생활> 1. 소리내어 웃는 웃음은 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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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쓰는 자연요법

 

1. 소리 내어 웃는 웃음은 명약

서양의학은 인체를 가능한 한 미세한 단위로까지 세분, 분석하는 분석론적인 접근법을 취해 왔다. 그 결과 의술의 눈부신 진보를 가져와 인류를 수많은 질병들로부터 구제했다. 반면에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보고 전체적인 균형 속에서 건강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의술을 병원의 전유물로 한정시켰다는 비판이 따랐다. 인간을 흙-햇빛-공기와 같은 자연 속의 일부로 파악하는 자연요법은 서양의학의 이 같은 한계와, 생활 속에서 쉽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나름대로 "非제도권 의학" 으로서의 영역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이를 전파하는 사람들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많았다. 새 시리즈 "의사가 쓰는 자연요법"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연요법들 중 의학적으로 검증된 내용들을 엄선해 전달할 것이다. -조선일보 편집자注


"그냥 미소만 짓습니까, 소리내어 웃습니까?"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나는 항상 소리 내어 웃기를 권한다. 강직성 척추염이란 서로 분리되어 움직여야 할 경추(목뼈)-요추(허리뼈)들이 달라붙어 로봇처럼 뻣뻣해지는 병. 처음엔 요추 강직으로 허리를 굽히지 못하나, 병이 악화되면 목뼈까지 굳어지게 된다. 그런데 내가 만난 이들 환자는 대부분 잘 웃지 않는 사람 들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TV 코미디를 보며 크게 웃으세요" "유머집 <헬프미 추기경>을 사서 보세요" 라며 소리 내 웃는 웃음요법을 처방하였다.

웃음으로 과연 병을 다스릴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의대의 한 교수는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76년 12월호에서 이 병에 걸렸던 노르만 카슨즈라는 사람의 회복 과정을 소개했다. 환자 500명 중 1명꼴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이 병에 걸린 카슨즈는 웃음을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 마침내 그의 몸은 드라마틱하게 변형돼 거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카슨즈는 어느 날 병실에서 코미디 영화를 보다 너무 우스워 배꼽을 잡고 10분 정도 웃었다. 그러자 통증이 가셨다. 카슨즈는 통증이 나타날 때마다 그 코미디 영화를 다시 틀었고, 때로는 간호사에게 유머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한바탕 웃고 나면 통증이 가셔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는 결국 병을 회복했다.

불치병이 웃음으로 치유됐다는 사실을 지켜본 의학계는 치료방법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환자 자신의 몸 속에 내재해 있는 자연치유력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유머치료법, 마음-육체의 의학 등 새로운 시도들이 속속 선보였다. 소리 내어 웃는다는 것은 전신을 움직이는 것.


근육, 신경, 심장, 뇌, 소화기관이 총체적으로 작용한다. 손으로 피부와 근육을 마사지하는 것을 외부 마사지라 한다면 웃음은 내장을 마사지하는 내부 마사지인 셈이다. 소리내어 웃는 것은 또 훌륭한 유산소 운동이다. 윗몸통, 폐, 심장, 어깨, 팔, 복부, 횡격막, 다리 등 모든 근육이 움직인다. 생리학적으로 하루에 1백 번 ~ 2백 번 정도 소리 내어 웃으면 10 분간 조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소리 내어 웃으면 또 통증을 느끼는 신경계를 마비시켜 진통효과를 준다. 웃으면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이라는 2개의 신경 펩타이드의 분비가 촉진되는데, 이것은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들이다.

87년 코간박사는 <행동의학> 저널에 '불편을 느낄 때 소리 내는 웃음의 효과'란 논문을 발표, 소리 내어 웃는 것이 임상에서 환자의 통증을 없애 준다고 발표했다. 그밖에 소리 내어 웃는 웃음은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 주고, 교감신경계의 스트레스를 어루만져준다. 심호흡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으며, 혈액순환도 촉진된다. 91년 9월, 영국 웨스터 버밍햄 보건국은 마침내 <웃음소리 클리닉>의 개설을 허가했다. 웃음을 질병 치료법으로 인정한 것이다. 웃음은 최고의 약. 하하하, 호호호 소리 내어 웃는 건강한 웃음은 우리 마음속의 병 뿐 아니라 육체의 병도 치유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새해에는 찡그리지만 말고 소리 내 마음껏 웃어보자.                         

- 이상호 우리들병원장, 신경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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