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의사가 쓰는 자연요법
6. 금실 좋은 性관계는 '좋은 藥'
"가장 훌륭한 의사는 희망에서부터 오는 영감이다"라고 19세기 프랑스의 신경내과 의사 장 마탕 샤르코가 말했다. 아마 그는 인간의 세포가 듣고 느끼고 말한다는 것을 그때 이미 알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첨단 의학, 특히 인간의 뇌에서 생산되는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마음과 육체의 연관성이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밀접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섹스의 언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성관계는 세포에 희망을 불어넣어 질병을 낫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는 동일한 치료를 받고 있는 유방암환자들을 정상적인 섹스를 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치료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섹스를 한쪽의 치료효과가 월등히 좋았다고 보고했다.
많은 암환자의 자연치유 사례 중에는 종교적 명상이나 성적 흥분이 최대치에 도달해 일어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암세포를 죽이는 T임파구가 백혈구속에서 순식간에 증가하면서 면역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섹스는 때때로 암을 낫게 하는 놀라운 치유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섹스는 특히 요통의 치료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한 여성이 주방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저녁식사때 남편은 아내가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설거지를 대신해줬고 얼음팩도 허리에 깔아주었다. 아내는 감동했고 로맨틱해진 그들 부부는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부부생활을 했다. 그런데 걱정하던 것과 달리 부부관계 도중 전혀 요통을 느끼지 않았고, 부부 관계 이후엔 씻은 듯이 요통이 낫게 되었다.
접촉 감각은 굵은 신경섬유로 전달되는데 반해, 요통 감각은 가는 신경 섬유로 전달된다. 섹스가 요통을 낫게 한 것은 결국 굵은 신경섬유가 가는 신경섬유로 전달되는 요통 감각보다 우선적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신체적 접촉은 통증을 잊게 하는데, 「엄마손이 약손이다」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섹스는 또 허리 근육을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보통 허리 통증에는 근육이완제를 처방한다. 미국의 생리학자 웨스트하이머박사는 섹스가 가장 효과적인 근육이완제의 하나라고 보고했다. 그는 섹스를 하면 전신 근육이 이완되면서 혈액순환이 촉진돼 통증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섹스를 할 때의 성적흥분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혈액순환치를 올려, 골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미국 여성건강 연구소장인 생물학자 커틀러 박사는 독신자이거나, 애인과 신체접촉을 드물게 하는 여성보다는 매주 섹스를 가지는 여성의 월경주기가 더 일정하며,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도 두배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은 칼슘의 흡수율을 높여 골밀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섹스를 하면 허리뼈를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성행위 시의 골반움직임은 복근과 척추배근을 단련시키며, 척추를 강하고 유연하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허리가 아픈 아내와 부부 관계를 가지면 요통이 더 악화된다고 믿고 금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지식이다. 금욕을 하면 부부간의 친밀감도 약해지기 때문에 좋은 치료를 받더라도 효과가 줄어든다. 부드럽고 느리며 잘 절제된 부부 생활은 내분비계의 마사지이며, 돈도 들지 않고 부작용도 없는 진통제와 소염제다.
- 이상호 우리들병원장, 신경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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