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 생활> 의사가 쓰는 자연요법
8. '어린이 경기(驚氣)' 미역-다시마 먹여라
별일 아닌데도 깜짝깜짝 놀라거나 아무 이유 없이 자주 울어댄다. 잠을 자다가도 툭하면 귀찮게 보챈다. 이와 같은 「어린이 경기」(驚氣)는 일단 '칼슘 부족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칼슘이 부족하면 뇌신경계가 마치 먼지 낀 전선처럼 변해 뇌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때문에 칼슘이 부족하면 어린이는 정서가 불안해지고, 신경질적, 폭력적으로 된다. 또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에 걸리게 된다. 이런 경우 어른도 예외는 아니다.
칼슘은 어린이의 키를 자라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필수 영양제. 때문에 거의 모든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칼슘이 풍부하게 함유된 우유나 멸치 또는 칼슘 영양제를 먹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슘 부족증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유는 칼슘은 아무리 잘해줘도 토라지는 아가씨처럼 흡수가 까다롭기 때문.
칼슘부족증은 단순히 칼슘이 함유된 음식이나 칼슘 영양제를 먹는 것만으로 고쳐지지 않는다. 장에서 흡수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장에서 흡수돼도 뼈 속까지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대소변으로 배설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해답이 최근 미국 뉴욕서 열린 제7회 국제 해초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일본의 다나까 박사는 다시마와 미역 같은 갈색 해초가 다른 어떤 음식보다 칼슘 흡수가 잘된다고 주장했다. 우유나 멸치 속에 든 동물성 칼슘은 25% 정도만 몸 속으로 흡수되나 식물성 칼슘은 흡수율이 훨씬 더 높다는 것. 따라서 자주 울거나 보채는 아이,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자다가 쉽게 깨는 경기 있는 아이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이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갈색 해초는 칼슘 흡수와 관련되는 또 다른 문제점도 해결한다. 칼슘 흡수로 인해 생기는 가장 큰 부작용은 오염물질 섭취. 칼슘은 때때로 음식 속의 오염물질을 끌어안고 인체 내로 흡수된다. 대표적인 것이 핵분열로 생기는 스트론튬-90이란 발암물질. 핵폭발 실험 뒤 발생, 대기에 떠 다니는 스트론튬-90은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음식물 속에 들어가 칼슘 분자와 쉽게 결합한다. 이것이 칼슘과 함께 몸속에 들어가면 골수에 탈이 나고 심한 경우 백혈병, 골육종, 골수염 등의 위험도 있다.
다나카박사는 갈색 해초들은 이미 체내에 축적돼 있는 스트론튬-90을 분해·배출하는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시마나 미역을 씻을 때 나오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알긴이란 다당류인데, 이것이 스트론튬-90으로 오염된 칼슘 분자로부터 금속이온을 떼내 대소변을 통해 배출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알긴이 스트론튬-90을 떼 낼 때 만들어지는 염(鹽)이 소듐 알기네이트인데, 이 염은 인체 내에 축적돼있는 카드뮴, 바륨, 구리, 망간 등의 금속까지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보고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여 먹였다. 의학적으로 생각해도 여간 현명한 생활 속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 이상호 우리들병원장, 신경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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